'꿩 대신 닭'…155mm 포탄 없으면 105mm

"윤석열 정부, 105mm 스왑 협정 지지할 것"

워싱턴 싱크탱크 활용해 사전 여론조성 작업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해 우리나라에 전쟁용으로 비축돼있는 105mm 곡사포 포탄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최소 30만 발의 155mm 포탄을 대여 형식으로 가져가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미국은 남북 군사 대치 상황을 감안할 때 한국에서 155mm 포탄을 추가로 요구하기는 힘들다고 판단해 구경이 작고 가벼운 105mm 포탄 대여를 윤석열 정부에 요청 중인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병사들이 동부 도네츠크주 격전지 바흐무트 인근에서 러시아군 진지를 향해 자주곡사포를 발사하고 있다. 2023.3.8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병사들이 동부 도네츠크주 격전지 바흐무트 인근에서 러시아군 진지를 향해 자주곡사포를 발사하고 있다. 2023.3.8 연합뉴스

미국, 한국 비축 대규모 105mm 포탄도 '눈독'

워싱턴 싱크탱크 활용해 사전 여론조성 작업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선임고문 마크 캔시안(해병대 예비역 대령)과 알레이 버크 석좌 연구보조인 크리스 박은 '한국의 105mm 포탄이 우크라이나를 구할 수 있을까?'란 CSIS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탄약) 자체 비축량이 줄고 의회도 무기력한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무장을 위해 한국의 비축된 탄약을 또 꺼내 써야 할 필요가 있을지도 모른다. 좋은 뉴스는 한국이 기꺼이 협력할 것 같다는 점이다"라고 운을 뗐다. 미국 정부가 공식화에 앞서 사전에 워싱턴D.C. 내 싱크탱크 인사를 활용해 한국 내 여론조성 작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캔시안과 박에 따르면, 러시아와 교전 중인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격퇴는 차치하고 현재 전선을 유지하는데도 막대한 포탄이 필요한 상태다. 우크라이나 관리들은 지금의 전선을 고수하는 데만 해도 한 달에 7만5000발의 포탄이 필요하며, 나아가 주요 공격에 나선다면 두 배인 15만 발 이상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반면, 러시아는 한 달에 약 30만 발을 쏘고 자체 생산 월 25만 발과 북한 수입 탄약 등으로 전력을 유지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그동안 미국은 다양한 구경의 포탄 300만 발 제공을 우크라이나에 약속했고, 지난 12일엔 3억 달러의 단기 탄약 및 군사 장비 재공급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지금 의회에서 논의 중인 600억 달러 지원안에 따르면, 현재 월간 약 3만 발의 생산량을 2025년 말까지 10만 발로 늘려 우크라이나의 수요와 미국의 글로벌 전쟁 예비물자 유지를 위해 사용할 계획이다.

 

러시아군과 교전 중인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주의 전선 인근 지역에 놓여 있는 155mm  곡사포 포탄들, 2024. 01. 14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군과 교전 중인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주의 전선 인근 지역에 놓여 있는 155mm  곡사포 포탄들, 2024. 01. 14 [로이터=연합뉴스]

'꿩 대신 닭'…155mm 포탄 없으면 105mm

"윤석열 정부, 105mm 스왑 협정 지지할 것"

이들은 미국의 "신규 재정 지원 투입이 우크라이나의 저항에는 필수적이지만, 생산을 늘리는 데 몇 달이 걸리는 만큼 여전히 '탄약 공백'이 남게 된다"며 미국이 또다시 한국으로 눈을 돌리는 배경을 설명했다. 캔시안과 박은 남북 군사 대치와 한국의 제한된 탄약 생산 능력을 거론한 뒤 "문제는 한국이 자국의 생존 투쟁 시 부족을 감수하면서까지 155mm 포탄을 추가로 내줄 수는 없을 거란 점"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한국의 155mm 포탄 연간 생산량은 20만 발로 추정된다.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면, 우크라이나가 한 달 남짓 사용할 분량이다.

그러면서 우리나라가 보유 중인 105mm 곡사포 포탄을 '콕' 찍었다. 우크라이나 육군은 이미 미국(M101), 영국(M118/M119), 이탈리아(OTO Melara) 등지로부터 100~105mm 곡사포들을 지원받아 사용 중인 만큼 '꿩 대신 닭' 격으로 155mm 포탄이 없으면 105mm 포탄도 감지덕지할 거란 얘기다. 현재 우리나라는 한때 미국의 '한반도 전쟁예비물자'(WRSA-K)의 일부로 105mm 포탄 약 340만 발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우크라이나가 운용 중인 105mm 곡사포에 사용 가능하다. 그뿐 아니라, 105mm 포탄은 155mm(약 43㎏)보다 가볍고(약 15㎏) 사거리 짧고 폭발력이 약하지만, 발사 후 신속한 이동이 가능한 장점도 있다.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키이우 성 소피아 성당 앞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서로 팔을 마주잡고 있다. 2023.7.16. 대통령실 연합뉴스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키이우 성 소피아 성당 앞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서로 팔을 마주잡고 있다. 2023.7.16. 대통령실 연합뉴스

"105mm 비축물량 쓰고 155mm 생산해 변제"

바이든 정부, 우크라에 살상 무기 지원 압박

캔시안과 박은 "한국이 내어줄 수 있는 건 105mm 포탄일 수 있다"라며 "미국이 한국의 105mm 포탄 비축물량을 사용한 다음, 현재 생산 중인 155mm 포탄으로 변제해주는 방안이 한국에 어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들은 "다가오는 선거로 한국의 정치적 환경이 예민하지만, 한국 대중은 대체로 우크라이나에 동정적이다"라면서 "아마도 윤석열 정부는 105mm 포탄 스왑(교환) 협정 지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 105mm 포탄의 유입은 우크라이나의 화력을 높이고, 미국 지원 재개 때까지 공백을 메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한‧미 양국은 상대국 방산 시장 접근을 더 쉽게 하는 국방상호조달협정 관련 협상을 진행 중인데, 이 협상도 윤 정부의 105mm 포탄 제공 여부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줄 공산이 크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25일 미국의 105mm 포탄 지원 요청 여부에 대해 “아직 파악한 바 없다"며 "우크라이나 지원과 관련해선 비살상무기, 인도적 지원을 한다는 게 정부의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최근 바이든 행정부는 윤 정부를 상대로 기존의 인도적 물품과 비살상 군사 장비 지원을 넘어 155mm 포탄과 대공방어 무기 등 살상 무기 지원에 나서라고 압박 중이다. 지난달 26일 유리 김 국무부 유럽·유라시아 수석 부차관보는 "한국은 우크라이나에 정치적 지지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방어 지원을 제공했으며, 우리는 그런 물자가 우크라이나로 더 가는 것을 보고 싶다"면서 "지금 당장 가장 필요한 것은 155mm 포탄"이라고 말했다. 이틀 후인 28일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한국이 155㎜ 포탄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길 원하느냐'는 질문에 "한국의 군사적 결정에 대해서는 한국이 말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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