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우크라 발표 사실 근접, 80억 달러도?

우크라 퍼주면서 R&D예산 4.6조 원 삭감

미국, 155mm 포탄·살상무기 지원 한국 압박

정부, 비살상 무기 중심 우크라 지원 재확인

윤석열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규모 초특혜 대출을 공식화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우크라이나 전쟁 2주년에 즈음해 지난달 23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고위급회의에 직접 참석해 우크라에 대한 대규모 지원을 약속했다. 조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작년 7월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우크라 평화연대 구상'을 출범시키고 지뢰제거 장비, 긴급 후송 차량을 포함한 인도주의 지원으로 1억4000만 달러를 제공했다"며 "한국은 올해부터 2~3년에 걸쳐 총 23억 달러(3조700억 원) 지원 패키지를 제공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2주년에 즈음해 23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고위급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 02. 23 [외교부 제공]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2주년에 즈음해 23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고위급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 02. 23 [외교부 제공]

초특혜 우크라 퍼주기 '공식화'…최소 3조 원

우크라이나 경제부는 작년 5월 18일 홈페이지에 <우크라이나, 한국으로부터 최대 80억 달러 극히 유리한 조건으로 유치>란 보도자료를 싣고 그런 사실을 공개했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1차분인 최대 3억 달러는 3~4개월 안에 집행되고, 2차분인 최대 30억 달러는 2024년에 가능할 것으로 봤다. 또한 프로젝트 진전 상황에 맞춰 80억 달러까지 점차로 그 한도가 상향 조정될 것이란 내용도 있었다. 이자는 연 0.15%이며, 상환 기간은 대출원금 상환유예 10년을 포함해 40년이었으며, 대출은 한국수출입은행을 통해 진행된다.

우크라 언론이 이 내용을 보도한 지 닷새가 지나도록 윤석열 정부가 함구로 일관하자 이권 개입 등 모종의 흑막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증폭됐다. 앞서 5월 17일 우크라와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차관 공여 협정을 가서명한 한국의 기획재정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우리 정부는 지난해 인도적 지원 등 총 1억 달러 규모 지원을 제공했으며, 올해 2월에는 향후 1.3억 달러 규모의 추가 지원 의지를 발표한 바 있다"고만 언급했다. 윤 정부의 우크라 퍼주기 파문이 확산되자, 외교부는 우크라 정부 측의 주장이 "사실무근"이라며 외교채널을 통해 항의했고, 5일 후인 23일 우크라 경제부 보도자료 내용 중 제목의 "최대 80억 달러"와 본문 중 "최대 30억 달러 2차분은 2024년에 가능할 것"이란 부분에서 금액 관련 내용을 돌연 삭제했다. EDCF는 개도국의 경제·산업 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우리 정부가 장기·저리로 빌려주는 자금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 졸업생인 신민기 녹색정의당 대전시당 대변인이 19일 졸업식장에서 대통령경호처 경호원들에게 제압당한 것과 관련해 대통령의 사과를 촉구하고 있다. 2024. 02 .19. 연합뉴스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 졸업생인 신민기 녹색정의당 대전시당 대변인이 19일 졸업식장에서 대통령경호처 경호원들에게 제압당한 것과 관련해 대통령의 사과를 촉구하고 있다. 2024. 02 .19. 연합뉴스

우크라 퍼주면서 R&D예산 5.1조 원 삭감

이에 앞서 기재부는 2월 7일 EDCF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올해 우크라와 21억 달러 규모의 신규 약정 체결을 추진하는 내용 등의 '2024∼2026년 EDCF 중기운용방향'을 발표했다. 작년 5월 EDCF 공여 협정을 맺은 데 이어 기간과 ·한도 등 구체적 지원 내용을 정하는 수순이다. 2026년까지 일단 향후 3년간 23억 달러를 지원한다는 윤 정부의 발표를 볼 때, 작년 5월 우크라 보도자료의 "최대 30억 달러는 2024년에 가능"하다는 내용은 '사실'에 가까워 보인다. 그렇다면 "최대 80억 달러"도 사실이 될 공산이 크다.

윤석열 정부가 편집적인 부자 감세로 세수 결손이 1년 만에 약 56조 원에 이르렀고, 이를 메우려고 대한민국 과학의 미래가 달린 R&D(연구개발) 예산 4조6000억 원(당초 삭감 규모는 5조2000억 원이었으나 민주당이 6000억 원 살렸음)을 삭감하고 장애인과 저소득층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회적기업에 대한 지원을 대폭 줄이는 것과는 달리, 우크라이나에는 3조 원을 퍼부어 주는 모양새여서 거센 반발을 부를 것으로 보인다. 또한 1년이 지나지도 않아 들통날 걸 알면서도 숨기기에 급급했던 윤 정부의 행태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주 북한 러시아 대사관이 지난 9일 페이스북에 게시한 한국산 155㎜ 포탄 사진. 우크라이나 전황을 전하면서 게재한 23장의 사진 중 한 장이다. 2023.6.9. 주북 러시아 대사관 페이스북
주 북한 러시아 대사관이 지난 9일 페이스북에 게시한 한국산 155㎜ 포탄 사진. 우크라이나 전황을 전하면서 게재한 23장의 사진 중 한 장이다. 2023.6.9. 주북 러시아 대사관 페이스북

미국, 155mm 포탄·살상무기 지원 한국 압박

한편,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는 윤 정부를 상대로 기존의 인도적 물품과 비살상 군사 장비 지원을 넘어 155mm 포탄과 대공방어 무기 등 살상 무기 지원에 나설 것을 압박하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유리 김 미국 국무부 유럽·유라시아 담당 수석 부차관보는 2월 26일 "한국은 우크라이나에 정치적 지지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방어 지원을 제공했으며, 우리는 그런 물자가 우크라이나로 더 가는 것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한국은 비살상 장비만 지원한다는 원칙에 따라 지뢰제거 장비, 긴급 후송차량, 전투식량, 방탄복, 방독면, 의무장비 등의 군수물자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했다. 155mm 포탄은 미국을 통해 우회적으로 제공했다.

김 부차관보는 미국이 한국 등 '우크라이나 방위 연락 그룹'(UDCG) 국가들을 상대로 "(방공)체계든 요격미사일이든" 대공방어를 가능한 범위에서 제공하기를 촉구하고 있다면서 "지금 당장 가장 필요한 것은 155mm 포탄"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한국에 구체적인 무기 지원을 요청했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모든 연합국에 대공방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그런 요청을 매우 폭넓게 했다. 50여개 연합국 모두 방공무기가 정말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한다"고 답했다. 이틀 후인 28일 브리핑에선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이 '한국이 155㎜ 포탄을 우크라에 지원하길 원하느냐'는 질문에 "한국의 군사적 결정에 대해서는 한국이 말해야 한다"고 말해 압박하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 애썼다.

 

우크라이나 경제부가 지난 18일 홈페이지에 실은 보도자료(왼쪽)에는 '최대 80억 달러'란 부분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닷새 후인 23일 수정한 보도자료(오른쪽)에는 그 부분이 돌연 삭제되고 대신 '차관'으로 바뀌었다. 2023 05. 24. [우크라이나 경제부 홈페이지 캡처]  시민언론 민들레
우크라이나 경제부가 지난 18일 홈페이지에 실은 보도자료(왼쪽)에는 '최대 80억 달러'란 부분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닷새 후인 23일 수정한 보도자료(오른쪽)에는 그 부분이 돌연 삭제되고 대신 '차관'으로 바뀌었다. 2023 05. 24. [우크라이나 경제부 홈페이지 캡처]  시민언론 민들레

정부, 비살상 무기 중심 우크라 지원 재확인

정부는 우크라이나 지원은 비살상 무기를 중심으로 한다는 기존 원칙을 재확인했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이 27일 정례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우리 기본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며 "우크라이나 전황에 따라서 우방국들과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다양한 우크라이나 지원 방안을 계속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부 당국자도 29일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황과 인도적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면서 계속 지원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28일 워싱턴D.C. 국무부에서 진행된 조태열 외교장관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의 회담에서도 우크라이나 지원 관련 협의가 있었고 미국은 지속적인 지원을 요청했다고 한다. 조 장관은 "우리(한미)는 우크라이나 지원에 있어 계속 함께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비롯한 러시아 정부 당국자들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한국의 살상무기 지원 시 한-러 관계는 파탄에 이를 것이라고 여러 차례 경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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