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산업생산 1.3% 늘고 설비투자도 10.3%

반도체 4.8% 증가…전년 동월비로는 65.3%

고물가에 얇아진 지갑 탓 소매판매 3.1% 줄어

경기 회복은 반도체 의존· 소비 부진 벗어나야

반도체 부문이 기지개를 켜자 산업생산과 수출, 투자가 일제히 증가세를 보였다. 다행한 일이면서도 우리나라 경제의 반도체 의존도가 다시 한번 확인된 셈이다. 또한 농산물값 폭등 등 고물가의 영향으로 음식료품 구매가 줄면서 소매판매는 큰 폭 감소로 돌아서 경기 회복의 장애물이 될 전망이다.

통계청이 29일 발표한 '2월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지난달 전 산업 생산지수(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는 115.3(2020년=100)을 기록해 전월비 1.3% 증가했다. 지난해 10월 –0.7%에서 11월 0.3%로 오른 전 산업 생산지수는 0.4%에서 횡보하다 4개월 만에 상승 폭이 커졌다.

 

산업활동 증감(2024년 2월) 및 제조업-반도체 생산 증감 추이
산업활동 증감(2024년 2월) 및 제조업-반도체 생산 증감 추이

산업생산을 부문별로 보면 광공업이 전월 대비 3.1% 증가했다. 통신·방송장비(-10.2%) 등에서 생산이 줄었으나, 반도체(4.8%)와 기계장비(10.3%) 생산이 늘어나 지난해 12월 이후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났다. 광공업 생산 증가는 반도체 부문의 호황 덕분이다. D램, 플래시메모리 등 메모리반도체 생산이 늘었고, 기계장비도 주로 반도체 조립장비와 웨이퍼 가공장비 등에서 생산이 증가했다.

반도체 생산은 지난해 3월 전월 대비 26.8% 늘어나기 시작해 8월 16.5%, 9월 11.8%, 11월 9.8%, 12월 3.6% 등 추세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증가세가 더욱 뚜렷하다. 지난해 8월부터 매월 20~40% 두 자릿수 증가를 기록하다 7개월 만인 지난달에는 증가율이 65.3%까지 올라갔다.

우리나라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18% 가량이나 되는 반도체 업황이 개선되면서 수출 실적도 나아지고 있다. 올해 들어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월 18.0%, 2월 4.8%, 이달 1~20일까지 11.2% 등 안정적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산업활동 동향 (2024년 2월) 자료 : 통계청
산업활동 동향 (2024년 2월) 자료 : 통계청

반도체 업황 개선은 생산‧수출과 함께 투자에도 훈풍을 불어넣고 있다.

2월 설비투자는 전달보다 10.3% 증가했다. 2014년 11월(12.7%) 이후로 9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증가 폭이다. 투자 부문별로 보면 운송장비(23.8%)와 기계류(6.0%) 모두 전월보다 투자가 늘었다. 특히 반도체와 연관성이 높은 특수산업용 기계 설비투자가 15.6% 증가했다.

하지만 이는 우리 경제의 지난친 반도체 의존성을 다시 한번 확인해 주고 있다.

지난달 제조업 생산은 3.4% 증가했다. 반도체와 함께 우리 경제를 견인하는 자동차 생산은 1.3% 증가에 그쳤다. 전년 동월에 비하면 11.9%나 급감했다. 반도체 재고는 전월보다 3.1% 줄었고, 제조업 재고·출하 비율은 110.1%로 전월보다 1.4%p 하락했다. 반도체 훈풍을 그대로 느끼게 한다.

그러나 지난달 반도체를 제외한 제조업 생산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4.8% 감소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생산 증가의 대부분은 반도체 수출에 기대고 있다"며 "반도체 독주로 지표를 끌어올리다 보니 전반적인 체감 지표와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산업활동 주요지표 (2024년 2월) 자료 : 통계청
산업활동 주요지표 (2024년 2월) 자료 : 통계청

또한 고물가와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소비 지표는 제조업 경기에 미치지 못했다.

지난달 재화소비를 보여주는 소매판매는 3.1% 줄었다. 작년 12월(0.5%), 올해 1월(1.0%) 미약하지만 증가세를 보이며 소비 회복의 기대감을 이어갔지만 다시 큰 폭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7월(-3.1%)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폭이다. 음식료품과 화장품 등 비내구재 소비가 4.8% 감소했고, 통신기기와 가전제품 등 내구재도 3.2% 줄었다. 의복 등 준내구재 소비는 2.4% 늘었다.

서비스부문 소비를 보여주는 서비스업 생산도 0.7% 증가에 그쳤다. 숙박·음식점(5.0%)과 운수·창고(1.6%) 등에서 늘었고 도소매업 생산도 0.1% 증가했다. 고물가와 고금리에 실질 소득이 감소하면서 소비 여력이 줄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최근 사과 등 과일류, 대파 등 채소류 가격이 급등하면서 물가가 잡힐 것이란 희망조차 꺾인 상황이다.

건설 부문도 불안한 흐름이 이어졌다. 건설기성(불변)은 건축(-1.8%)과 토목(-2.2%)에서 실적이 모두 줄면서 1.9% 감소했다. 향후 건설경기를 예고하는 건설수주(경상)도 작년 같은 달보다 24.1% 감소했다.

현재 경기를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9.9로 전월보다 0.2p 상승했다. 향후 경기를 예고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100.4로 전월보다 0.1p 올랐다. 기획재정부는 동행지수와 선행지수가 나란히 증가세를 보이자 제조업 생산·수출 중심의 경기 회복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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