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를 개 같이" 막말로 선거 개시한 한동훈

수도권 위기론에 박빙·열세 지역 후보 한숨만

"할 수 있는 게 없다…후보가 발로 뛸 수밖에"

수도권 위기 인식 못하고 심판론에 셀프 점화

'윤 멘토' 신평 "대통령이 대파값도 알아야 하냐"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선대위원장이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28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거리에서 이용호 후보와 함께 첫 집중유세를 하고 있다. 2024.3.28. [공동취재] 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선대위원장이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28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거리에서 이용호 후보와 함께 첫 집중유세를 하고 있다. 2024.3.28. [공동취재] 연합뉴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지역 유세를 오는 게 도움이 되는 건지, 아닌지도 모르겠다.”

익명을 요구한 국민의힘 후보가 4·10총선 공식선거운동 첫날인 28일 오전 통화에서 한동훈 위원장의 지원 유세에 대해 남긴 말이다. 수도권에 출마한 그는 한 위원장의 현장 지원 유세에 대해 그렇게 달갑지 않은 반응을 내비쳤다. 한숨을 쉬던 이 후보는 기자에게 “오랜만에 전화했는데 힘이 없어서 미안하다”고 했다.

지역구를 비교적 잘 닦아왔다고 평가받는 이 후보는 최근 ‘런종섭 사태(이종섭 호주대사 임명)’ ‘의대증원 문제’ ‘대파 875원 논란’ 등 용산발 리스크로 거세진 정권심판론에 대해 “한 명의 지역구 후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발로 뛰는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 후보는 “그렇다고 저희가 (주민들에게) ‘정권 심판하지 맙시다’ 이럴 수도 없고, 남 탓하고만 있을 순 없지 않느냐”면서 거듭 후보 ‘개인기’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에서 (대파 875원에 대해) 설명이라도 ‘잘’ 하면 좋을 거 같다. 그거밖에 정말로 모르겠다”라고 덧붙였다.

한동훈 막말로 공식선거운동 개시

수도권 국힘 후보의 깊어지는 한숨

최근 용산 대통령실발 리스크로 수도권 여론이 나빠지면서 야당에 밀리거나 박빙 대결을 벌이는 국민의힘 후보들 가운데에선 일부 속앓이를 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여기에 총괄선대위원장이라는 한 위원장이 공식선거운동 시작부터 ‘막말 논란’이 터져나오면서 한숨은 더 깊어지는 모양새다.

이날 통화가 이뤄지던 시각, 한 위원장은 서대문구 신촌에서 유세를 펼치며 “정치를 개 같이 하는 사람이 문제인 거지, 정치 자체는 죄가 없다”고 욕설에 가까운 막말을 해 논란이 됐다. 그는 연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겨냥해 “범죄자들이 여러분을 지배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힐난했다.

또 한 위원장은 “여러분 범죄자들의 지배를 막자는 게 네거티브 같나? 그렇게 느껴지나?”라며 “(네거티브가) 아니다. 범죄자들이 우리를 지배하면 민생도 없고 정치개혁도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유권자들에게 “혼자서 궁시렁대지 말고 카톡방에서 걱정하지 마라”며 “(선거에서) 지고 싶어도 질 수가 없다”고 했다.

한 위원장 막말에 바로 전날 본인이 했던 발언까지 소환됐다. 한 위원장은 전날 선대위 회의에서 “몸이 뜨거워지고 말실수하기 쉽다. 더 절제하고 국민 눈높이 맞는 언행을 하는 게 맞다”며 말조심을 당부했다. 그랬던 본인이 대중 앞에서 욕설에 가까운 막말을 퍼부은 것이다.

 

23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열린 이종섭 주호주대사 구속 촉구 긴급 기자회견에서 청년단체 '청년하다' 회원들이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4.3.23. 연합뉴스
23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열린 이종섭 주호주대사 구속 촉구 긴급 기자회견에서 청년단체 '청년하다' 회원들이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4.3.23. 연합뉴스

한 위원장의 막말에 대해 오래전부터 예상된 일이었다는 반응도 나온다. 이미 공식선거운동 전부터 20년 넘게 수사만 한 ‘율사’ 출신의 언어 한계, 한동훈 ‘원톱’ 체제의 정치력 한계 등은 여러 차례 지적됐다. ‘한동훈 교체론’이 제기된 이유 중 하나다. 그 한계가 선거운동 시작과 함께 터진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국민의힘 김성태 서울권역 공동선대위원장이 “유승민 전 대표의 이번 총선에서의 역할을 지금 이 시점에서는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사항이라고 보고 있다”(2024년 3월 26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고 말한 것도 괜한 소리는 아니다. 이미 당 안팎에선 극우 이미지를 희석할 개혁 보수 성향의 인물을 기용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여당이 정판 심판론에 ‘땔감’ 셀프 공급

이러한 목소리가 나온 배경엔 극우 일변도의 대통령실과 악재 대응에 거듭 실패하는 당 지도부가 있다. 수도권 위기론을 촉발한 이종섭 호주 대사 문제의 경우, 일시 귀국으로 잠재우려고 한 시도 자체로도 비판을 받지만, 국민의미래(국민의힘 비례 위성정당) 인요한 선거대책위원장이 “외국 사례 같으면 이슈도 안 된다” “죄가 있는게 확실하냐”며 전혀 반성 없는 태도로 말해 스스로 여론에 불을 붙였다.

대통령이 스스로 일으킨 ‘대파 875원’ 논란은 ‘설상가상’이라는 표현이 적절하다. 여당 내부에서조차 이 문제에 대해 “물가 점검하려면 물가가 비싼 곳에 모시고 가야 된다. 875원은 사실이지만, 대통령 주변에 참모들이 그런 데 모시고 갔다는 것이 잘못이라고 본다”(국민의힘 권영진 대구 달서병 후보, 2024년 3월 27일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는 발언이 나올 정도다.

그러나 국민의힘 이수정 후보(경기 수원정)가 대파 한 단 가격 875원을 ‘한 뿌리 값’이라고 옹호한 데 이어 반박 영상까지 올렸다가 지우면서, 타오르는 비난 여론에 땔감을 스스로 집어넣은 꼴이 됐다. 당 지도부의 통제도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거기에 대통령실은 코로나19 재난 상황이었던 문재인 정부 시절이 ‘최고가’였다면서 ‘사태의 본질’을 전혀 인식하지 못한 모습을 보여 공분만 키우고 있다.

국민들은 문재인 정부 시절 대파 가격이 궁금한 게 아니라, 물가관리 책임이 있는 대통령과 대통령실, 정부, 여당의 태도에 실망한 것이다. 그런데도 2년 전에 출범한 정권이 아직도 전임 정부 시절을, 그것도 재난 상황을 탓하며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에 이젠 염증까지 느끼고 있다. 각종 ‘대파 패러디’는 물가에 대한 국민의 분노를 반영하는 듯하다.

 

시민언론 민들레 박순찬의 만화시사 '파묘' 2024.3.25. 박순찬 화백
시민언론 민들레 박순찬의 만화시사 '파묘' 2024.3.25. 박순찬 화백

정략적 이용으로 비판받는 ‘의대정원 증원’ 역시 너무 오래 끌어 국민 피로감이 극에 달했다. 정부가 강경 대응하는 사이, 전공의 공백을 메우던 의사가 사망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의료공백으로 환자가 응급실에서 죽는 일이 발생했다. 국민도, 의사도 죽어나가는 마당에 대통령은 주무장관도 아닌 비전문적인 여당 비대위원장(한동훈)을 의사와의 ‘소통 창구’로 내세웠지만 이렇다할 성과도 못내고 있다. 그렇다보니 여당 내에서도 비판이 나올 정도다.

의사 출신인 국민의힘 안철수 공동선대위원장(경기 성남분당갑)은 전날(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사실 의료계에서는 의사를 늘리려고 하면 합리적인 숫자를 요구한다. 그런데 (정부에) 그게 지금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내세운 2000명 증원에 대해 “절대 성역도 아니고, 아무런 근거도 없다”며 “면허 취소 등 조치를 풀어 빨리 의사를 환자 곁에 돌려보내야 된다는 간절함이 있다”고 했다.

이같은 복합적인 난국에서 여당 서울 선대위는 ‘정권 심판론’ 구도 위에서 나름의 선거 전략을 구상하는 모습이다. 김성태 서울권역 공동선대위원장은 전날 YTN 라디오 <신율의 뉴스정면승부>에서 “보수진영 자체가 더 이상 우리 사회의 주류가 아니”라며 “지금은 보수가 이 사회의 주류라고 하는 착각이 보수의 위기를 야기하고, 또 그것이 현실적으로는 수도권 위기를 통해서 발현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그런 측면에서 수도권 위기는 단순히 지역적으로 수도권에서만 여당이 위기를 겪고 있다는 뜻이 아니”라며 “전체적으로 집권 여당이 정권 심판론을 피해갈 수 있다고 보는 것 자체가 어떻게 보면 힘든 이야기”라고 말했다. 그는 “집권당인 국민의힘 입장에선 윤석열 정부 국정운영의 무한 책임이 있고 공동운명체로서 짊어지고 가야 할 상황”이라며 “국민적 정서 평가가 여의치 않다”고 했다.

수도권 위기라는데 동떨어진 현실 인식

신평 “대통령이 대파 값도 알아야 하냐”

그러나 수도권, 충청권 등 초박빙이거나 열세 지역에서 선거를 치르는 국민의힘 후보들, 또는 여당 내 비주류 인사들은 선거가 다가올수록 더 거세지는 정권 심판론을 인식하는 모습이 있지만, 대통령실과 당 지도부 더 나아가 극우·보수세력 전체에서 이를 받아들일지는 의문이다. 여전히 곳곳에서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 수준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민주당에서 국민의힘으로 당적을 옮겨 ‘철새 정치인’ 비판을 받는 이상민 의원(대전 유성을)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대파 875원 논란’에 대해 “잘했다고 칭찬받을 일은 아니지만, 말을 하다 보면 이런 말도 있고 저런 말도 있는데 그것 때문에 유권자들의 표심이 그렇게 막 요동을 치고 흔들리고 했다고 한다면 유권자를 너무 가볍게 보는 거 아닌가요”라고 반문했다. 별 일 아니라는 모습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서울 명동성당 내 무료 급식소인 '명동밥집'을 찾아 점심식사 준비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부터 파와 양파 등 식재료를 직접 손질해 돈육 김치찌개를 끓였다고 전했다. 2024.3.27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서울 명동성당 내 무료 급식소인 '명동밥집'을 찾아 점심식사 준비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부터 파와 양파 등 식재료를 직접 손질해 돈육 김치찌개를 끓였다고 전했다. 2024.3.27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멘토’ ‘보수논객’ 등으로 불리는 신평 변호사는 전날 CPBC 라디오 <김혜영의 뉴스공감>에서 ‘대파’ 논란과 관련, “왜 이런 것들이 문제가 되는지 저는 잘 이해하기 힘든 데, 이것은 하나의 정치의 희화화라고 본다”면서 “아니 대통령이 대판 한 단 값까지 다 알아야 되느냐?”고 되물었다. 대통령실의 인식 수준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신 변호사는 오히려 “윤 대통령이 명동에서 무료급식 봉사를 했다. 대통령으로서 이런 분이 다시 있었냐. 또 직접 거기서 파를 다듬고 요리를 하시고 그렇게 하셨는데”라고 칭송하며 “이런 분한테 ‘대파 한 단 값, 당신이 정확히 알지 못하니까 당신이 책임져라’ 이렇게 다그치는 것은 너무 심한 거 아니냐”고 했다. 그러면서 사회자에게 “지금 버스 값이 얼마인지 아시냐”고 따지듯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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