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일본군 위안부 범죄 정당화 우려

공직사회 전반에 번지는 '친일 중독'의 한 사례

일본, 작년 유엔서 "전시 성범죄 면죄부 반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으로서 우리는 전쟁의 도구를 포함해 모든 형태의 성폭력을 규탄한다." 한국, 미국, 일본 3국은 세계여성의 날인 8일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이같이 말하고 "전후 재건과 재난 이후 회복 과정에서 여성의 역할을 위해 안보리에서 이 문제가 적극적으로 다뤄질 수 있도록 우리의 노력을 배가할 것이다"라고 다짐했다. 주유엔 미국 대표부에 따르면, 3국 공동성명은 미 유엔대표부의 엘리자베스 밀리어드 차석대사 대리가 대표해서 발표했다.

 

1635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 시위가 열린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평화로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이 겹겹의 바리케이드로 둘러싸여 있다. 2024. 02. 14. 연합뉴스
1635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 시위가 열린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평화로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이 겹겹의 바리케이드로 둘러싸여 있다. 2024. 02. 14.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 일본군 위안부 범죄 정당화 우려

언뜻 보면 국제무대에서 한·미·일 3국 공조가 구현된 또 하나의 사례다. 그러나 문제는 윤석열 정부가 '전시 성폭력 규탄' 내용이 담긴 공동성명을 다른 나라도 아닌 일본과 함께 발표했다는 점이다. 일본은 지금까지도 일본군 위안부란 참혹한 '전시 성범죄'를 자행한 역사적 사실을 극구 부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과 함께 '전시 성폭력 규탄' 공동성명에 참여한 것은 일본군의 위안부 동원 범죄를 한국 정부가 정당화해주는 격이다. 물론 윤 대통령은 작년 3월 일제 전범 기업의 불법적 강제동원(징용) 범죄에도 '3자 변제' 해법을 통해 면죄부를 줌으로써 '친일 본색'이란 거센 비판을 받은 터여서 어찌 보면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배적 견해는 '일본군 성노예 문제'이자 조직적으로 자행한 '전시 성폭력 범죄'라는 것이다. 일례로 2012년에 당시 미국 국무장관 힐러리 클린턴은 한일 과거사 관련 보고받을 때 '일본군 위안부'(comfort women)라고 하자 그 표현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하고 '강제된 일본군 성노예'(enforced sex slaves)란 표현을 쓰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일 예산 위원회 회의를 기다리고 있다. 2024. 03. 01 [교도=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일 예산 위원회 회의를 기다리고 있다. 2024. 03. 01 [교도=연합뉴스]

일본, 작년 유엔서 "전시 성범죄 면죄부 반대"

기시다 후미오 현 정권은 물론이고 역대 일본 정부는 기본적으로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진정한 사죄와 합당한 배상은 차치하고, 범죄 자체를 은폐하고자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일본 극우세력은 "자발적 매춘부"라고 망언도 했다. 일본은 피해자를 배제한 채 졸속으로 이뤄진 2015년 박근혜 정부 때의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다 해결됐다고 주장하고 있고, 현 윤석열 정부가 일본의 입장에 동조하고 있다.

앞서 일본은 작년 2월 6일 우크라이나 전쟁 1주년을 앞두고 긴급 소집된 유엔 안보리 공개회의에서도 우크라 전쟁 중의 성범죄에 대한 처벌을 주장해 '남의 눈 티끌은 보고, 제 눈의 들보는 못 보는' 행태란 비난을 샀다. 당시 이시카네 키미히로 주유엔 대사는 "성범죄와 젠더에 기반한 범죄를 포함한 전쟁범죄와 다른 잔혹 행위들에 어떤 면죄부도 주어져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위안부 범죄에 대한 진정한 사죄와 반성 없이 일본이 내놓은 이같은 주장이 국제사회에서 설득력 얻기란  '나무에서 물고기 찾는' 격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중구 유관순 기념관에서 열린 제105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기 전 인사하고 있다. 2024.03. 01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중구 유관순 기념관에서 열린 제105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기 전 인사하고 있다. 2024.03. 01

공직사회 전반에 번지는 '친일 중독'의 한 사례

더 큰 문제는 해당 정부 인사들이 '전시 성폭력 범죄'인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결자해지'가 선행되지 않고선 이런 종류의 공동성명을 내선 안 된다는 문제의식 자체가 없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일제'(일본제국주의)란 표현을 찾아볼 수 없는 올해 3·1절 기념사에서 재차 확인되듯이 윤 대통령과 뉴라이트 인사들을 필두로 해서 우리 공직사회 전반으로 확산하는 '친일 중독 증세'의 한 사례가 아닐 수 없다.

한편 3국은 공동성명에서 "분쟁 기간에 여성은 너무 자주 교전 당사자와 폭압 정권의 표적이 되고, 기후 변화와 환경 악화의 부정적 영향들은 여성과 소녀의 취약성을 더 증가시킨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은 더 높은 비율의 생계 수단 상실과 (강제) 이주를 겪고, 남성과 소년보다 재앙적 수준의 식량 불안정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세 나라는 또한 "그들에게 동등한 기회, 자원 접근, 그리고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걸친 의사결정 참여를 보장하는 것은 절대로 필요하다"며 "우리는 여성의 다양한 경험과 관점을 포용하는 것이 사회 전체를 위한 지속가능한 해결책 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